부동산 이야기 복불복

처음 마련한 집 근처에는 역이 없어서 불편했다. 물론 내겐 차가 있어서 나는 회사에 가면 되지만 아이 엄마는 쇼핑이 어려웠다. 그때는 셔틀버스가 운영돼 할인점에서 장을 봤는데 불공정 신고가 들어와 셔틀 운영이 멈췄고 그래서 우리는 역 근처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야 겨우 얻은 전셋집 앞에도 역이 생기고, 내 집 앞에도 전철이 다니고 이번에 킨텍스 앞에 gtx역이 들어선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내가 살던 지하철이 벌써 3기가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집 근처에 3개 노선의 역이 생긴다. 경의중앙선 일산역이 처음 내가 살던 전셋집 앞이고 지금은 3호선 주엽역 앞이 내 집이다, 주엽역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킨텍스다, 여기에 gtx역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바로 옆은 아니지만 우리 집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1억도 안 된 아파트가 이렇게 전철 역사가 생겨 가격이 올라 지금은 4억 정도 호가를 부른다

서울의 여러 집도 이런 식으로 오르거나 지도를 펼치면 종로구를 비롯한 4대문 안이 여러 노선으로 연결돼 어디를 가나 전철로 이동이 가능하다니 당연히 집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강남구도 마찬가지인, 마치 자로 잰 듯 사통팔달하는 전철역이 이어지고 있으니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을까. 강남구는 10억원짜리도 드물게 대부분 2030억이 기본이고 비싸면 40억 이상이다, 아파트 10채 가격이 아니라 한 채의 가격이 이렇다 하니 종합부동산세를 걷는 것이 보편타당하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투자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이들의 집을 가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그러므로 불로소득에 해당하고, 그만큼 큰 이익을 본 이상 더 많은 것을 지불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그게 비록 한 집이라도 말이다. 서울 집값이 오르면 돈이 더 모여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그래서 가수요가 붙어서 더 비싼, 이래저래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정말 큰 문제다.

부동산이 오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투자 대비 이익이 크기 때문인가? 내가 보기엔 전자가 아니다 가치 이상으로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이 그렇게 많이 오른 것은 가수요다 가수요다는 자본주의에서 당연하지만 그대로 두면 문제가 생긴다 서울의 유명 명소가 유명해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명소를 유명하게 만든 본인들은 정작 쫓겨나는 상황이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문제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젊은이들이 서울에 안착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누군가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지만, 이제는 들어가기도 어렵게 된다면, 누가 이 서울을 지켜나갈 것인가? 기득권이 계속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정부 투자를 유도하면 결국 곡학아세의 세상이 되고 만다. 지금 서울은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도 나름대로 뜻이 있어 투자하지만 2010년 100년 계획의 먼 곳을 살펴봐야 한다. 서울 수도권 집중화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방의 최소 기본시설마저 철거해 버리면 결국 이 나라는 균형이 깨지고 말 것이다. 나라를 유지하려면 포석이 중요하다, 기본 인프라가 그렇다, 지나치게 한 곳에 치우친 투자는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작용이 커질 것이다. 우리의 사단이 결국 날아갈 것이 틀림없지만, 그것은 행운의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

어차피 지금의 과도한 부풀리기 부동산 가격을 빨리 진정시키는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내야 할 것이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듯 잘못된 정책투자가 어떤 부작용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이미 오늘에 이르러서도 풀지 못할 이상의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이제는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의 균형발전도 꾀해야 한다. 그러면 인구가 분산되고 교통이 서로 상승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