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1

원래 캘리네를 되게 좋아했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그리고 아직도 좋아하는 영화.

코로나로 여행도 못가고 1년이라는 시간이 감동도 없이 지루하게 보냈다. 문득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는데 얼마 전 잠 못 이루는 밤에 이불 속에서 휴대전화로 다시 봤다. 쉽게 시작할 수 없는 영화다. 상영시간이 거의 3시간 다 돼가니까 그 힘든 일을 해냈다는 건 마음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시간이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마침 아이들도 여행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는지 2, 3일 전 2015년 케냐 여행 사진이 담긴 외장하드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2시간이 넘도록 사진과 영상을 보며 느낀 감정, 멋진 아프리카 초원의 모습을 감상하고 그곳에 있던 아프리카인들과의 인연을 소환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남아 있던 감정을 이어받아 영화의 명대사를 딥펜으로 지저분하게 써 내려갔다.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2

본 날의 칼리 책이나 영화는 정말로 드물다. 오랜만에 다시 만날 때마다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다양한 삶의 변화가 주는 영향에 따라 느껴지는 게 다른 것 같다.

이번에는 이 영화가 말하는 ‘소유’에 대한 두 인물의 시점이, 동시에 이해된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아주 어렸고, 아직 인생을 몰랐던 나이였기 때문에 당연히 카렌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어리석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데니스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해 그토록 사랑하던 아프리카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그녀를 욕심 많은 여자로밖에 느낄 수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

그런데 내 나이 40대가 되어 결혼과 사랑과 소유에 대한 깊은 사유와 경험이 쌓이면서 다시 보게 된 카렌의 삶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가 소유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이었고, 어쩌면 데니스의 소망처럼 자유로운 삶과 그가 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은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니었나 싶다. 두 사람의 인생은 다르지만 모두 그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3

@2015년 캐냐에서 특히 카렌의 아프리카 원주민을 대하는 태도는 숭고하게 느껴졌다. 그는 상처와 소외자 앞에서 누구보다 따뜻했다. 아픈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해 그들의 삶을 빛나게 했다.

식민지 시대에 살았던 그에게 누구보다도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평등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인간을 자신의 재산으로 취급하던 노예제도 속에서 자신이 소유한 하인들을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했던 시절에 어떻게 그런 자비와 긍휼의 마음을 갖고 살았을까.

내가 어렸을 때 느낀 카렌은 부자이자 남작부인이라는 호칭을 돈으로 사고 모든 것을 소유하려 했던 어리석은 여성으로 기억된다. 사랑하는 남자도 가지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데니스의 말대로 모든 물건을 잃어버렸고, 가방 하나를 들고 다시 고향으로 향한 그의 삶은 참으로 처량해 보였다.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4

@2015년 케냐. 소소마교 정원의 빈 의자 그러나, 현재의 나는, 카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생활의 아름다움을 소유하려고 하고 있던 것을 신중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가 소유하고 싶어 했던 사랑하는 남자의 가치관을 닮아가는 삶 자체가 우리 삶의 여정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데니스의 명대사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나는 데니스가 그런 가치관을 갖고 살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도 모든 인간이 그렇듯 소유하고 있을 것이고, 그 욕망의 덫에서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고, 모든 것을 가져봤을 것이고,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그런 멋진 말을 인생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사랑하는 카렌이 있어 늘 떠나고 싶었던 안식처 같은 곳이었지만 그는 어디에도 정착하려 하지 않았고 어느 곳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5

@2015년 케냐. 원주민의 가정으로 가는 ‘심방 가는 길’ 걸어서 2시간 전부를 소유한 것 같은’ 카렌과 바람처럼 자유로운 남자 데니스의 만남은 두 사람이 아니라 하나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겪는 삶의 과정처럼 누구나 겪으며 사는 소유와 무소유의 삶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카렌이 농장을 관리하는 하인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녀에 대한 본래의 따뜻함은 매우 크게 느껴졌다.은근히 말을 내뱉지만 환자를 치료하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 그리고 강요하지 않고 잊혀진 것 같지만 기다려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그녀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커피 농장에서 불타 전 재산을 잃은 뒤에도 그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에게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소유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인간이었음을 알게 됐다.

또 언젠가 이 영화가 그리운 날이 있겠지. 그때는 내 나이가 더 들어있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을 것이고, 그날 느끼는 감동은 또 다를 것이다.

인생은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소유를 버리고 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브 아프리카 [하루 캐리] 아웃 6

아웃 오브 아프리카 카렌 브릭센의 원작소설로 다시 읽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일기 같은 소설을 한 자 한 구절 놓치지 않고 다 느껴보고 싶다.

우리 부부가 아프리카 케냐에 다녀와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듯이 아프리카는 여전히 소유하고 있으며 고단한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쪽의 주인이 아닙니다. 아주 스쳐 지나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