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글쓰기 강좌 수료식이 있었다. 3개월간 진행되어 지금까지 쓴 글로 동학과 문집을 한 권 냈다.

●일상이 글이 될까
지난여름 끝에 참가하게 된 작문 강좌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가 글쓰기 강좌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부천시민대학을 알게 되면서 우연히 백일장을 보게 됐다. 우연히 ‘일상의 글이 될까’라는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계획 없는 시간이 더 많은 우연을 끌어당겼다.부천시민대 강좌 안에 브런치 글쓰기라고 했다. ‘브런치 작가’는 작년에 잠깐 생각하다가 먼저 작가가 된 블로그 이웃의 말을 듣고 포기했대. 차근차근 글을 쓰는 데 자신이 없었고 내 글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러웠다. 강좌를 듣자 감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하고 용기를 냈다. 처음 듣는 글쓰기에 대한 강의였다. 글쓰기 숙제라면 손가락부터 뻣뻣해지듯 인문학 강의를 듣다가도 글쓰기를 하면 강의에 떨어질 것 같았던 나이여서 스스로 글쓰기 강좌를 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자 놀라운 변화였다.
블랑쉬 작가가 되는 기술적인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강좌는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글을 쓰는 방법에 관해서라면, 학교 다닐 때 배운 일기와 편지의 형식밖에 모르는 나에게는 새롭고 중요한 공부가 되었다. 함께 강의를 듣는 분들의 열정과 재능에 부러움과 질투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살아보고 경험한 다양한 경험마저 재능이 되는 글쓰기였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도시생활 외에는 이렇다 할 경험도 없는 나는 가진 것이 별로 없어 아쉬웠다. 그런 결핍이 나를 키워준다고 우기지만, 아무래도 내게 글쓰기 재능은 멀기만 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어느새 브랜치 작가가 됐다. 아직도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 열정이 곧 사그라질까 두렵다. 내 생각에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아서 열정은 금방 식어버린다. 부러움도 ‘나는 이대로 살아간다’고 말릴 구실을 찾는 나를 이번에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수료식 마지막, 선생님이 준비해 온 버추 카드를 하나씩 골랐다. 올해 가장 아쉬웠던 점을 골라 내년에는 더 집중적으로 노력해 보자고.

부족하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내 눈에 띈 것은 ‘열정’. 이어서 보여준 것은 ‘목적의식’. 무엇을 해도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에 열정도 금방 식는 것이 아닌가.


일은 한번에 하나씩 처리하고 시작한 일은 마무리하세요나에게 가장 필요한 조언이다. 내년에는 이 문장이 나를 비춰줬으면 좋겠어. 목적 없이 방황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처럼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어떻게든 살려고 하지만 이제 목적은 가지고 살자.
함께 공부한 동학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에게 글 쓰는 법을 정중히 가르쳐 주신 김영문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